닛산코리아 16년만에 한국에서 철수...??
작성일 :  2020-06-30 05:03 이름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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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코리아 16년만에 한국에서 철수...??

 

▲ 허성중 한국닛산 사장 ⓒ한국닛산

 

해외 자동차업체의 한국 지사로는 최초로 닛산이 철수를 선언했다. 2004년 한국법인을 세운 후 16년만이고, 1987년 한국이 외국업체에 자동차시장을 개방한 지 33년만이다. 그 사이 스즈키, 피아트&란치아, 사브, 미쓰비시, 스바루 등 수많은 대중 브랜드가 한국시장을 스쳐갔지만 모두 국내 업체(다국적기업 포함)들이 수입권을 따서 들여왔던 경우다. 이번처럼 외국업체가 국내 지사를 송두리째 없애는 건 처음이다. 그 만큼 닛산의 한국시장 철수는 업계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충격이 크다.


닛산의 한국 철수설은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한·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부터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추측에 불과하다"며 철수설을 부인했고,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맥시마 부분변경 모델과 알티마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그러나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닛산의 올 1~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813대였으며, 인피니티는 79%가 감소한 159대에 불과했다. 결국 한국닛산은 올 초 직원 절반 가량을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딜러사도 3곳만 남기고 계약을 대거 해지했다. 

한국닛산의 허성중 지사장 재임 기간이 3년을 넘었다.
닛산의 철수로 당장 한국닛산 직원 40여명과 딜러사 200여명의 직원은 일자리를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어서 당황스럽다"며 "일자리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까지는 판매를 한다고 하니 당장 나가야 하는건 아니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수입차 딜러사들이 사람을 뽑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시장 철수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면 중고차 가격 역시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애프터서비스(AS) 등의 문제로 닛산차를 사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고, 중고차를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차를 빨리 팔아야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닛산은 한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시장에서도 철수한다. 아울러 경영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 공장을 폐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도 폐쇄할 예정이다. 2023회계연도 말까지 자동차 생산을 20% 줄일 방침이다. 닛산은 지난 회계년도에 6710억엔(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으며, 이에 따라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6개월간 급여 50%를 삭감할 방침이다.

한국닛산은 "이번 철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며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닛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은 12월 말 부로 종료되지만, 기존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 보증, 부품 관리 등의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향후 8년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닛산 철수 이유는 불매운동? 코로나19? 
 한국닛산의 철수 결정은 5월28일 오후 늦게 닛산 본사의 발표와 한국닛산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한국 임직원들과 판매사도 “당일 통보받았다”고 할 정도로 깜짝발표였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일본 본사에서 내린 결정이어서 한국지사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실적이 계속 저조하자 본사가 집중과 선택 그리고 구조조정이란 결론을 택했고, 한국시장은 수익구조가 맞지 않아 영업을 지속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700여 만 대에서 500여 만 대로 생산규모를 줄이는 파격적인 구조조정 속에 한국시장을 배려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닛산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나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철수 이유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물론 두 가지 요인이 작용은 했겠지만 닛산 자체적으로 위기에 처한 게 주요인이었다는 것. 카를로스 곤 회장 문제 및 판매부진 등 1~2년 전부터 내부적으로 곪았던 상처들이 터지면서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시장 철수 외에도 영국 공장 감원, 스페인과 인도네시아 공장 폐쇄, 러시아 현지 지사 철수 등이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한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9월에 외신이 처음 한국 철수 가능성을 보도했을 때는 진짜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었다"며 "물론 그 때도 상황이 안좋았던 만큼 한국닛산이나 판매사 모두 구조조정을 하되 철수는 없는 것으로 정리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후 맥시마 부분변경과 알티마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철수는 없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
 
 그러나 이 상황을 두고 "이미 닛산 본사는 철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한국닛산이 이를 몰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당시 닛산이 한국 철수 의지를 굳혔고, 이 소식을 접한 일본 정부가 강력히 만류했다는 얘기가 일본차업체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돌기도 했다. 닛산이 철수하면 한국의 불매운동에 일본이 무릎을 꿇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일본 정부가 버티기를 권고했다는 것.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다. 

 ▲닛산의 손실과 구조조정이 어떻길래
 닛산은 2019회계년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6,712억 엔(약 7조7,185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2018회계년도에는 3,191억엔(약 3조6,70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닛산이 연간결산에서 순손실을 본 건 리먼브러더스사태가 터진 2008년도 이후 11년만이다. 닛산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따른 세계시장의 판매감소가 실적 악화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일본에서 10%, 미국과 유럽에서는 각각 14%와 19% 판매가 감소했다. 

 닛산이 함께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에 따르면 2023년까지 세계 생산능력을 20% 줄여 연간 540만 대 수준으로 조정한다. "실패를 인정하며 올바른 궤도로 수정하겠다(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는 얘기다. 여기에 르노와 닛산 및 미쓰비시로 구성된 자동차 3사 연합은 지역이나 분야를 나눠 선택 및 집중키로 했다. 지역별로는 닛산이 중국·북미·일본, 미쓰비시는 동남아·오세아니아, 르노는 유럽·남미·북아프리카를 공략한다.


 ▲국내 업체의 총판체제 선택은 불가능했을까
 닛산의 한국시장 철수는 이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결론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즉 국내 일부 언론이나 국민들이 지적하듯이 불매운동의 결과물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완전철수가 닛산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었을까. 다른 길은 없었을까.

 토요타는 1966년 신진자동차를 통해 국내에 차를 판매했다가 1970년대초 철수했다. 중국이 ‘한국 및 대만과 거래하는 기업의 진출을 봉쇄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그러나 이후 한국시장에 다시 진출하기까지 엄청난 공을 들여야 했다. 닛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물러나면 한국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객들을 버리고 간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서다. 닛산이 향후 한국시장 재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완전철수가 최선은 아니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는 대안으로 한국닛산의 업무를 대신할 한국 회사 선정을 제시한다. 즉 푸조와 시트로엥의 수입판매를 총괄하는 한불모터스같은 회사를 만들어 한국닛산의 기존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어차피 향후 8년간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부품을 수입하고 배급하며, 정비업체들을 조율할 업체가 필요하다. 실제 한국닛산의 가장 큰 판매사인 프리미어오토모빌이 그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으나 한국닛산이 거절했다고 한다. 본사의 방침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수입판매 총괄업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한 판매사 대표는 “팔릴 만한 차가 있어야 하는데 현 상태에서는 누가 맡아도 안된다”며 “할인이나 마케팅 비용 등 본사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 만큼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비스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닛산의 한국시장 철수 발표 이후 닛산과 인피니티 고객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한국닛산은 법적으로 향후 8년간 부품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2028년까지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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